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매슈 워커

book

리뷰

빌게이츠가 추천한 책이라고 하여 읽어보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부류의 책, 일상 속의 과학이다. 잠과 꿈에 대해서 과학적 근거와 다양한 실험 등을 이용해 설명한다. 전체적인 내용은 흥미롭고 유익하다. 다만 중간부분에 나오는 수면부족에 따른 여러가지 병과 암에 대하여 설명하는 부분은 내용이 조금 어려워 흐린 눈하고 읽었다.ㅋ .. 그래도 나머지 부분은 열심히 읽었다!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든 생각은 아.. 내가 잠이 부족해서 그랬구나.. 잠이 최고다.. 였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최소 6시간을 잘 것이다.

우리가 잠을 잘 때 우리의 뇌는 깨있을 때 학습한 내용들을 단기 저장장치로부터 더 안전한 장기 저장 장치로 옮긴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 시험 기간에 밤새고 시험보는 일이 허다했는데 복학하면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않을 것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아데노신과 하루주기리듬이 결정하는 각성과 수면이다. 아데노신은 쉽게 말하면 수면 압력이다. 우리가 깨어나있을 때 아데노신은 점차 쌓이게 되고 그럼 자고싶다는 욕구가 커진다. 이 아데노신은 각성을 촉진하는 뇌영역의 활동을 줄이고, 수면을 유도하는 뇌 영역의 활동을 높인다. 대략적으로 깨어난지 12-16시간이 지나면 이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하루주기리듬은 우리가 자고 있는지, 아데노신과 상관없이 항상 일정하게 반복되는 24시간 주기의 하루 주기 리듬이다. 오후에 리듬이 최대가 되고, 잠자리에 들 시간에 최저로 떨어진다.

이 아데노신과 하루주기리듬이 흥미로운 건 우리가 밤새고 다음날 아침에 쌩쌩해지는 걸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하루주기는 우리가 자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항상 반복되고, 아데노신은 자지 않으면 계속해서 쌓이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이 리듬은 잘시간에 최저가 되고 오후에 최고가 되는데, 수면욕구는 이 하루주기 리듬과 아데노신 사이의 틈이된다. 즉, 밤샌 다음 날 아데노신은 여전히 쌓여가지만 이 리듬은 올라가고 있기 떄문에 두 요소 간의 틈이 좁아져 수면욕구가 상대적 작다고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저녁이 되면 밀려있던 아데노신과 낮아진 리듬에 의해 압도적인 수면 욕구를 느끼게 된다. 나도 경험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더 와닿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카페인의 효과도 등장한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수면 신호를 인위적으로 차단한다. 하지만 쌓이는 아데노신이 뇌의 수용체에 결합하는 걸 임시적으로 막는 방벽일 뿐이다. 카페인의 효과가 끝나면 쌓여있던 아데노신이 물밀 듯이 들어온다. 이 때 느껴지는 걸 카페인 허탈감(caffeine crash)이라고 한다. 카페인의 효과가 끝남과 동시에 피곤함과 불쾌함을 느끼는 것이다. 카페인이 잘 드는 사람과 잘 들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간에서 이 카페인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차이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카페인을 조금만 섭취해도 각성효과가 엄청나다. 알코올도 분해 못하고 카페인도 분해 못하는 나의 간.. 카페인의 반감기는 5-7시간이라고 하니 앞으로 저녁에 커피를 마시는 일은 없을 것같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잠을 잘 자는 법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나는 불면증이 있진 않지만 가끔씩 잠 못드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자려고 무슨 짓을 해도 잠이 안오는 날이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팁들이 있다. 우선 아이폰, 아이패드를 비롯한 각종 청색 LED 불빛의 기기는 멜라토닌 분비량을 낮추고 렘수면이 줄어들게 한다. 반대로 종이책은 멜라토닌 분비량을 낮춰준다. 나는 매일 자기 전에 이북리더기로 책을 읽으면서 잠에 드는데, 이 기기는 백라이트가 없어 수면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그래도 자기 전에 핸드폰하는 걸 포기할 수 없으니 나이트 시프트 모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두번째는 알코올이다. 알코올은 우리를 각성상태에서 빼내지만 잠으로 유도하지 않는다. 일종의 마취라고 생각하면 된다. 술먹고 잠에 든 날에는 항상 중간에 깬다. 이는 술먹고 자는 잠이 연속적이지 않아서다. 이는 회복시키는 잠이 아니고, 렘수면을 억제한다는 뜻이다. 즉, 우리의 기억을 온전히 장기 저장 장치로 옮기지 못한다는 것(50%는 잊는다)을 의미한다. 시험기간에 열심히 공부하고 맥주나 술집에서 마무리하던 날들이 스쳐지나갔다. 앞으로는 공부한 게 아까워서라도 곱게 자야겠다.

마지막은 목욕이다.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는데 사람은 더운 환경보다 추운 환경에서 더 잠을 잘잔다고 한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면 혈관이 팽창되고 피가 피부표면으로 몰리게 된다. 물에서 나오면 열이 달아나 심부 온도가 낮아지게 되고 이는 잠을 자기 좋은 환경이 된다. 또한 비렘수면의 양이 증가하여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포털창에 잠오는 법을 검색하면 항상 목욕하기가 있었는데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는 내용이었다니.. 앞으로 잠이 안올 때 목욕을 해야겠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만 정리했지만 다른 좋은 내용들도 많이 들어있다. 빌게이츠가 추천했다고 해서 읽어봤는데 과연 빌게이츠도 하루에 최소 6시간을 자는지 궁금해졌다(ㅋㅋ). 모든 병의 근본은 수면부족이라고 하니 앞으로 늦게 자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건강한 수면 패턴을 완성할 것이다. 사회엔 잠을 많이 자는 사람은 게으르다는 관념이 있다. 우리 인생의 3분의 1이나 되는 수면을 줄여야지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 몸을 위해 주는 재정비 시간, 휴식 시간이라고 생각해야 맞는 것이다. 다들 잘 자고 푹 잡시다!